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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ак сердцу
 высказать себя?
Другому как
 понять тебя?
Поймёт ли он,
 чем ты живёшь?
Мысль изречённая
 есть ложь.
Взрывая,
 возмутишь ключи,
Питайся ими
   - и молчи.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이리니.

침묵하라.

-silentium, 1892
표도르 이바노비치 쮸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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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1.

는 비상구를 구입했다.

                                             
자신을 위해 제작된,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비상구였다.
푸른 넥타이를 맨 세일즈맨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비상구를 열고 던져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우선 평생을 지고 살아온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비상구 밖으로 던져버렸다.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과 오래된 친구의 부탁,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와 옛 애인의 사진을 던져버렸다.
언제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온갖 것에 대한 걱정들,
두통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와 처치 곤란한 온동기구들,
우편함을 체우고 있는 고지서들을 던져버렸다.
아침마다 창 밖으로 노래 부르는 작은 새 한 마리도 던져버렸는데
그 새는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그는 점점 가벼워졌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사라졌고
그의 어깨에는 짐들이 사라졌고
그의 심장은 고동소리를 멈추었다.
때때로 그는 허공을 가볍게 차고 올라 바람 위를 걸었다.
그래서 그는 한 잎의 낙엽이 되었다.

 
떨어져 내린 낙엽 위로 차가운 비가 내렸다.
차고 둥근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 황경신. PAPER 2006. 08. [비상구를 열다]

 



위의 글은 2006년 어느 가을날,
지하철 충무로역에 있는 '오재미동'에서
철지난 페이퍼 잡지를 뒤적이다 발견한 것이다.
다 읽고..멍하니 또 읽게 되어서, 갖고 있던 수첩에다 조금 베껴적어뒀는데..
오늘 전문을 찾아 포스팅하는 것.


나에게 저 세일즈맨이 왔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비상구를 사버렸을까..
그래서 날이 갈수록 저리 가벼워지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을까.

그런데- 던져버린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이달 초 즈음부터 비상구를 찾고 있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저 높은 곳으로 두고서
꾸역꾸역 일을 들고와서 스케줄표는 새까맣게 변했다.
새학기 편성표를 짠 다음
그것을 혼자 제작하는 기획부장이었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어느 날, 펑~! 뭔가가 터졌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개인적 사정'
그것의 충격과 후폭풍 때문만은 아니었다는걸 이제는 안다.

쨌든, 그래서 나 스스로 비상구를 만들어 나를 버렸는데,
사실은 잠깐 문을 열고 나가서
담배나 한대 피고 들어오게 된거다.

그와 더불어,
실제로 다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그것을 깨달은 순간 수첩에 적어둔 낙서를 빌려보자면- 이렇다.

여기 불이 난 집이 있다. 
뭔가에 홀려 있느라 그것도 모르고
불씨가 번질때까지 두었던 것이다.

난 한눈으로는 비상구를 찾고
다른 눈으로는 챙겨갈 것들을 찾느라
결국 불에 타죽기 직전까지 간다.

다행히 이렇게 살아남아 있지만
남은 자리는 폐허 뿐이다
.


 
굳이 뭔가를 버릴 수 있는
저 글에서의 비상구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내가 피신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으면서도..
제대로 버린 적도 한번도 없고.
또 거기에 제대로 피신하지도 못한 것 같다.

내가 결국 놓아버리지 못한 것들을 또다시 발견했을 뿐.

by dovob | 2007/10/13 06:10 | _ monologu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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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cidHouse at 2007/10/14 02:07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버린다' 라는 작업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버림으로 오는 홀가분함과 더불어 그로부터 얻었던 작디 작았던 행복감까지도 버려야 하는
선택에 부닥치게 되니까요.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 그저 주섬주섬 끌어 안고 다시 길을 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짐이라는 생각보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티끌 같은 웃음과 충만감이
인생에 있어 내가 찾아낼 수 있는 가장 기꺼운 즐거움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단 그 뿐만은 아니겠지만, 모든 일들이 쉬이 버려지고 쉬이 '득'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성취에 따르는 값지고 아름다운 고뇌와, 스스로를 빛나게 해주는 칼 같은 바람의 시간이라든지
몸과 마음을 모질게 찍어내는 정과 같은 어떤 것들에 대한 고래(古來)의 찬사는
허황된 이상이 아니었을런지요.

굳이 위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변에는 무너지는 스스로를 다잡아 버팀목을 만들어 잡고
범인(凡人)과는 다른 큰 그릇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인생의 고난을 극복한 귀감이 되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인생의 집을 지어가고 있는지를 살펴 볼 자세를 갖춘다면
단지 성공한 사람이나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윤택하고 즐겁고 예쁘고 활달하게 가꾸어가는 지혜를 얻는 방편으로는 훌륭한 잠언이 될 것 같습니다.

두봡님, 힘을 내라는 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이라도, 도의적인 관계로서, 불특정 다수의 선의로써 할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표의적인 것 말고 그 안에 담긴 작은 에너지에 주목해 주시면
폐허를 조금 더 즐겁고 건전하게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작은 응원과 건투의 기도를 전해주는 당신의 사람들의 충만한 에너지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로 하여 두봡님에게 내재된 건강한 마음이 다시금 힘을 내도록 두봡님을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

힘 내세요. : )
Commented by dovob at 2007/11/16 16:43
아직도 튼튼히 축대를 쌓은 건 아니지만, 가끔 이글 보면서 힘내려고 합니다. :-)
..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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