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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ак сердцу
 высказать себя?
Другому как
 понять тебя?
Поймёт ли он,
 чем ты живёшь?
Мысль изречённая
 есть ложь.
Взрывая,
 возмутишь ключи,
Питайся ими
   - и молчи.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이리니.

침묵하라.

-silentium, 1892
표도르 이바노비치 쮸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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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분명한건 내가 지금 죽어간다는 것 - 엠마뉘엘 카레르,「콧수염」

Emmanuel Carre're - La Moustache
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현대 사회의 극단적 개인주의와 무관심이 한 인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그것이 또 인간을 어떻게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지를 작가는 현실과 몽상의 세계를 적절히 뒤섞으며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 중앙일보 미디어리뷰 中

#1. "아~ 확 밀어버리고 싶어-"

사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그대들이 '확 밀어버린' 적은 거의 없는 것처럼,
10년동안 콧수염을 길러 온 주인공 역시 아내에게 이런류의 희망을 비춘다. 이야기가 시작되려면 이게 실제로 시도되어야겠지. 한번도 그의 맨얼굴을 보지 못했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자 큰맘먹고 한 면도. 얼레- 그런데 씨도 안먹히는 거 같다. 두근두근, 왜 아무말도 안하지? 전혀 반응이 없는 아내.

몰라봐줘서 조금 삐진 당신이 결국 해야할 소리.

'나 뭐 달라진거 없어?'


#2. "당신은 원래 콧수염이 없었어"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실에 타인이 이의를 제기한다.
아니, 어째서 그런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조차 안간다.
늘 하던 농담조의 맞장구가 아닌, 진지한 얼굴로 저렇게 들이대는데. 게다가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 그러는데.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온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3. '무엇이 진실인가.'

내가 살아온 10년의 세월이 가장 신뢰하는 이들에게 부정당하는 것. 얼마나 끔찍할까.
그보다 더 소름끼치는 건, 내가 그들을 부정해야 살 수 있다는 것. 또는 내 기억을 부정해야만 한다는 것.
콧수염을 시작으로, 그들 부부가 공유해온 가장 친한 친구들은 원래 없었고, 방금 통화했던 아버지가 작년에 이미 돌아가셨다는 것, 함께 여행했던 자바 섬의 기억들.. '그런건 원래 없었다'라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아내.

"..당신, 미쳤어"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야, 그녀가 미쳐가고 있는 거다. 아니아니, 혹시 내가 정말 미친걸까? 조금 심한 장난일까? 아니면, 친구들과 작당해서 날 몰아세우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4. 가장 분명한건 내가 지금 죽어간다는 것.

그는 자신이 미쳤다고 인정하고 정신과 예약을 하지만, 직전에 도피를 택한다. 가지고 있는 돈을 털어 가장 멀리가는 홍콩행 항공권을 산다. 별별 기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콧수염이 '다시 예전처럼' 자라날 무렵, 아내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는, 욕실에서 다시 콧수염을 면도하고, 면도하던 칼을 세워 자신의 피부 속으로 향한다.

그에게 있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후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책에선 아무 판단도 내려주지 않는다. 1인칭으로 쓰여진 시점 덕분에, 쉬지않고 글을 읽다보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아, 미쳐가고 있는 사람의 속이 이렇겠구나...

'죽음'이라는 사실만이 그와 세상이 동시에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 '그는 어두워지는 감각 속에서 비로소 평안을 느꼈다'

소위 '좀 논다'는 여고생들 사이에서 눈썹 반을 날카롭게 밀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족집게와 눈썹칼, 에보니 펜슬을 이용해 90년대 여배우들이 곧잘 하던 눈썹산 모양을 흉내내곤 하던 이들이었다. 그것이 아예 아무런 칠도 하지 않고..막 화장을 지운것 마냥 눈썹 반을 날려버리고 당당하게 다니게 되었던 거다. 그런데, 친구 중 한명이 평소에도 곧잘 차림새 흉내를 내더니 이번엔 눈썹정리를 하겠다고 나선 것. 그녀는 500원짜리 눈썹칼을 사들고 집에서 슥슥 신나게 '정리'를 하고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변화를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직접 알려주고서야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건, 없어진 눈썹 대신 17년만에 파르스름하게 내민 피부였다. 그때 내가 본 건, 처음이라는 설레임이었을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부끄러움이었을까.

어쨌든, 만약 모두가 모른척했었다면, 그녀는 눈썹을 전부 밀어버렸을까?


蛇足 : 이 책을 추천해준 그에게 감사. 다음에도 부탁해요.
by 재주 | 2005/08/10 03:22 | _ postscript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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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재주 at 2005/08/13 02:00
에잉. 이렇게 길게 쓰는 글이 영 익숙치 않고나. 자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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