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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Как сердцу
 высказать себя?
Другому как
 понять тебя?
Поймёт ли он,
 чем ты живёшь?
Мысль изречённая
 есть ложь.
Взрывая,
 возмутишь ключи,
Питайся ими
   - и молчи.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이리니.

침묵하라.

-silentium, 1892
표도르 이바노비치 쮸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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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by 狂風
낡은 여행일기를 찾다.

책상을 정리하다가 문득 작은 수첩을 찾았다. ...어라? 러시아에서 산 거네..
제작년 겨울 홀로 훌쩍 여행을 다녀오다 쓴 듯한 각종 메모들.
그 중에 마지막 장에 쓰다 만 시? 일기?;; 가 눈에 띄어서 옮겨 놓는다. :-)
시라고 하기엔 너무 되도 않게 끄적댄 거 같고, 일기라고 하기엔 이건 시랍시고 쓴 거 같고..

счастливого пути! (joyful journey~! 정도..?)

깊은 밤, 먼 곳에서 출발 한 야간열차를 중간에 타게 되면

잠시 새로운 승객의 이동을 위해서 수면등을 켜둔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중간중간 큰 역에 정차할 때면 대략 40분 정도를 서있게 된다.
그 사이에 구내에서 밥을 먹고 들어갈 수도 있고, 나가서 간단히 뭔갈 사와도 되고
..
나처럼 짐을 풀고 담요를 차장에게 받아와(돈을 주고;;) 정리한 다음

그 속에 쏙 들어가서 쉬는 사람도 있다
.
여튼, 11시쯤이었나.. 모두 자는 밤이라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는 못하고
,
출발하고 나서 짧게 글을 쓸 수 있었다
. (그 후엔 완전히 소등이 되면서 깜깜해진다.)
  

차내의 따뜻한 공기에다, 기찻깃 특유의 규칙적인 철로소리..

나는 아마 그걸 어느 동물의 심장에 비유하고 싶었나 보다.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밤기차 3등석.

조그만 내 키에도 너무 좁아

일어나 앉을 수도 없는 침대 칸 위층.

동굴 같은 이곳에서 엎드려 글을 쓴다.

 

나는 지금,

거대한 심장 속에 들어와 있다.

두근, 두근,

빛이 닿지 않는 물 속을

헤엄치듯 부유하며

철길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다.


사방에는 고릉고릉 코고는 소리.

엔진이 식는 것처럼

여행자들은 조용히 누워 잠이 든다.


촛불만큼 어두운 수면등 아래

고즈넉이 잠이 안개처럼 퍼지고, 스며들고..

 

두근, 두근, 두근두근..
철로를 두드리는 또다른 맥박소리.

기차는 따뜻한 피를 가진 동물이다.

 

나는 지금,
모스크바를 향해

누워서 간다.

 




이걸 쓰고 자다가 일어나서 쓴 거 같은 마지막 장.(아마 잠들지 못했던 거 같다 불켜진 시간을 써놓은 거 보면 ㅋㅋ)

 

2 3일의 여행에서 이틀 밤 모두 가위에 눌렸다.

동양인은 커녕,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다.
모스코비치가 환영받지 못하고

조그만 동양 여자애가 들고 다니는 큰 카메라를 의심하던.
겨울의 시베리아 어딘가
.

내 영혼은, 어디에서 떨고 있었을까
.
.
.
.
현재시간 am 4:00, 기차는 이미 2 20분쯤 불이 환하게 켜진 상태다
.
오랜 여행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단 것일까..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 근처 ‘치따’발 ‘모스크바’행 횡단열차.


아무와도 말이 통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수십명과 부대끼며 며칠을 달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철도원 제복에다 사제 스카프로 나름대로 멋을 낸

젊은 여자 차장이 건네주는 홍차 한잔을 받아 들고, 새벽 2시 반에 서로 아침인사를 한다.

'도브로예 우뜨로(좋은 아침)' .. '하하하, 진짜 아침일까요?' '모스크바에 가면 뭘 먹죠?' 이런 대화들..

-----------------------------
내가 적었던 메모는 여기까지. 아마 그리고선 곧 도착해서 내렸겠지.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새벽이라..
 한 시간 정도 역 구내에서 집시와, 부랑자와, 여행객들, 행상, 노동자들 사이에 끼어 함께 첫차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by dovob | 2008/11/06 23:29 | _ journey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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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ulse01 at 2008/11/13 08:32
사진은 플라츠? 이번 금요일에 모스크바 가는데, 가는 표는 플라츠로 구입했는데 돌아오는건 자리가 없어서 쿠페로 돌아옴;;;
Commented by dovob at 2008/11/17 16:14
응 ㅎ 꾸뻬나 쁠라쯔나 벽 있고 좀 조용한거 빼곤 비슷한듯- 돈은 두배나 비싸면서 ㅋㅋ 모스크바 잘 다녀왔슈?+_+ 추웠을텐디-
Commented by 화영 at 2008/11/20 01:32
해당하는 게 없다니. 낡은 여행'읽기'를 찾는 정도의 꼬맹이라면, 충분하다구. ^^ 빙긋. 좋은 꿈 꾸렴.
Commented by maksoju at 2009/11/19 19:12
'잘' 살고 계신가? 홈페이지 정리하다 문득 글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잘' 살다보면 또 볼일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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